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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 극단 여행자 <한여름밤의 꿈> - 동양과 서양, 다양한 장르가 융합된 한바탕 놀이" 상세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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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여행자 <한여름밤의 꿈> - 동양과 서양, 다양한 장르가 융합된 한바탕 놀이

  • 작성일2019-09-07
  • 작성자박형석
  • 조회수3034

이 작품에 대해서는 언젠가 영국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던 터라 기억하고 있었던 작품이었는데 강동아트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예매 중인 것을 알게 되었다. 전석이 불과 5,000원이라 대부분의 티켓이 팔린 상태였으나 마침 누가 취소를 했는지 괜찮은 자리가 하나 비어 있길래 일단 잡아두었다가 가게 되었다. 30분 전에 공연장에 도착했는데 이미 많은 관객들로 로비가 가득하다. 프로그램북도 없고 포토월도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티켓을 찾아서는 바로 객석으로 들어갔다. 자리도 그런대로 괜찮아서 만족스러웠는데 문제는 어린이 관객이 너무 많다는 데 있었다. 더욱이 부모들이 아이들이 공연장 안에서 큰소리로 떠들고 뛰어다니는 데도 제지를 하지 않아 제대로 공연을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무대는 전체적으로 푸른색 조명이 은은한 가운데 무대 위에는 막이 내려와 있지 않은 채 세트가 노출되어 있었는데, 한옥을 연상케 하는 벽이 업스테이 방향에 놓여 있었고 그 중앙에는 악기가 놓여 있어 악사가 앉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그 양 옆으로는 배우들의 출입구가 있었다. 무대 하수 방향에는 계단으로 이어진 높은 대(臺)가, 상수 방향에는 낮은 평상이 놓여 대비가 되었다. 

공연 시작 시간이 5분이 지났음에도 공연을 시작하지 않고 있다가 무대 뒤 도깨비 문양이 투영된 천 사이로 도깨비 둘이 머리를 내밀고 객석을 쳐다보다가 무대로 나오더니 재미있는 동작으로 공연 중 휴대전화 사용 문제, 사진 촬영 문제, 비상시 대피 요령 등에 대해 안내를 하고 들어갔다. 이어서 공연장 안의 모든 조명이 꺼지고 나자 객석 뒷쪽 관람객 출입문 방향으로부터 객석 통로를 통해 배우들이 야광 팔찌를 흔들면서 들어왔다. 이날 내 좌석은 바로 통로에 면한 자리였는데, 그래서 바로 뒤에서 도깨비들이 내는 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다. 극장이 어두우니까 배우들은 전혀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도깨비불인 야광 팔찌의 빛만 보이게 하였는데, 이게 어린이 관객들을 흥분으로 몰아 넣었다. 어린이 관객이 많아서 관극 환경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는 배우들의 능수능란한 진행으로 일거에 잠재워졌다. 이날 공연은 8세 이상 관람가라고 되어 있었지만 공연장 측에서 까다롭게 통제를 하지 않았는지 미취학으로 보이는 아이들도 다수 목격되었다. 하지만 무대 위의 배우들은 아마도 이런 상황에 익숙한 것인지 어린이 관객들을 다루는 법에 대해 잘 아는 듯, 중간중간 관객들을 위한 이벤트도 섞어 가며 객석의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이 작품은 세익스피어의 동명의 희곡을 기반 위에 우리의 전통적인 요소를 가미시켜 만든 극이다. 극의 성격은 매우 복합적이었는데, 배우가 대사를 하며 춤을 가미한다는 점, 그리고 일부 가면을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가면극의 요소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배우들이 중간에 노래를 한다는 점에서는 뮤지컬의 요소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악기 반주를 사용하고 있으나 음악이나 그 음악에 맞춘 안무에서는 경극의 요소가 다분해 보이고 원작의 요정을 도깨비로 치환한 것은 우리 설화의 영향이 다분하다고 할 수 있겠다. 세익스피어 원작의 인물과 이 공연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연결시켜서 생각해 보니 오베론-가비, 타티아나-돗(火), 퍼크-두두리, 라이샌더-항(亢), 허미아-벽(壁), 드미트리우스-루(婁), 헬레나-익(翼), 바텀-아주미라고 볼 수 있겠다. 줄거리는 거의 원작과 비슷하게 진행되지만 원작에서는 오베론이 자신의 아내 타티아나의 눈에 약을 넣어 눈을 뜬 뒤에 처음 본 당나귀로 변한 직공 바텀을 사랑하도록 만든 것에 비해 이 작품에서는 반대로 여자인 돗이 자신의 남편 가비에게 은방울 독초 향을 사용하여 돼지로 변한 약초꾼에게 반하도록 만든다는 점이 다르다.



원작에서도 라이샌더와 허미아, 그리고 드미트리우스와 헬레나가 인간인 것처럼 이 작품에서도 서로 연인 되는 항과 벽, 그리고 루와 익은 사람의 형상으로 나오고, 원작의 요정에 해당하는 돗과 가비, 그리고 두두리는 모두 도깨비 분장을 하고 나온다. 그런데 그 도깨비라는 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뿔이 달리고 인상이 험악한, 약간은 무시무시한 외모를 가진 것이 아니라 칼라풀한 머리와 귀여운 분장, 그리고 고전적이면서도 뭔가 현대적인 느낌의 의상을 하고 있어 이 도깨비들이 우리 주위에서 인간들의 삶과 함께 하면서 알게 모르게 인간들을 돕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꾸민 듯한데, 실제로 이 원작에서도 요정은 두 쌍의 커플들의 사람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우리 고전에서도 도깨비가 인간을 돕는다는 설정이 많이 나와 있는 만큼 둘을 연결시킨 것은 매우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음악은 무대 업스테이 방향에 놓여 있는 악기를 가지고 배우 겸 악사들이 직접 연주하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녹음 반주를 사용하기도 했는데, 악사는 배우들이 번갈아 가며 맡았다. 그러니까 이 배우들은 연기를 하면서 대사도 하고, 노래와 춤, 거기다가 연주까지 맡아서 하는 다재다능한 사람들이었는데, 많은 연습과 공연으로 다져져 앙상블이 매우 좋았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중간에 관객 가운데 한 명을 무대로 올라오게 한다든지, 무대와 객석에 불을 다 끄고 객석으로 야광팔찌를 던져준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되게 만드는 방법으로 매우 효과적이었다. 또 돼지로 변한 약초꾼이 수박을 실제로 먹으면서 씨와 수박의 수분을 객석을 향해 뱉는다든지 하는 장면(여기서 이쪽 관객들에게는 뒤집어 쓸 수 있는 비닐이 이미 지급되어 있었다.)도 객석의 웃음과 호응을 자아냈다.



이게 가족극을 표방한 작품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린이 관객이 많이 들어온 이날을 기준으로 본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듯한데 그렇다면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다소 꺼림직한 대사와 연기가 일부 있어서 보는 동안 살짝 불편했다. 아주 일부에서만 나오는 표현이라 객석 상황을 보아가면서 교육적 측면에서 조절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배우와 관객이 하나가 돠어 즐긴 유쾌한 한 편의 연극이었다. 어린이들에게는 까다로울 수도 있는 서양의 고전을 우리 식으로 풀어 쉽고 재미있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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